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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한국이... 시리즈

만약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 2편: 산업 육성, 그러나 한계

by 지구굴림자 2025. 8. 14.

만약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2편 – 산업 육성, 그러나 한계

 

아메리카에서 금과 은을 쓸어담던 이야기는 이 세계 스페인에게는 존재하지 않았다. 왕실 재정은 늘 빠듯했고, 재정청은 돈이 아니라 ‘인력과 시간’이라는 자원으로 국가를 굴려야 했다.


그래서 스페인은 처음부터 자국 경제의 심장을 농업과 산업에 두었다.

농업 부문에서는 곡물 수확량을 높이기 위해 대대적인 관개사업을 벌였다. 건조한 메세타 고원에도 물길을 트고, 작물 다양화를 장려했다. 밀·보리뿐 아니라, 포도와 올리브 재배를 늘려 수출 품목도 확대했다. 농민들은 “왕이 우리에게 씨앗을 주는 날이, 예전 왕들이 금화 던져주던 날보다 기쁘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였다.

 

산업 부문에서는 철제 무기, 선박, 직물 산업이 성장의 축이 됐다. 왕실은 영국·네덜란드 상인들에게서 최신 조선술을 비싸게 사오고, 장인 교육소를 만들어 기술자를 양성했다. 바스크 지방 조선소에서는 ‘돈은 없지만 땀은 많다’는 정신으로 배를 찍어냈다.

 

그러나 무어인과 유대인 추방의 상처는 여전히 깊었다. 고급 기술자, 상인, 금융 전문가의 공백은 몇 세대가 지나도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 그 결과, 프랑스와 영국이 기술과 자본을 한 번에 굴려 대형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때, 스페인은 한 뼘씩 느리게 따라가야 했다.

 

그럼에도 스페인의 생존 방식은 단단했다. 농업 기반이 튼튼했고, 전략 산업이 조금씩 성장했으며, 유럽 외교 무대에서는 ‘없는 놈의 생존력’을 무기로 삼았다. 매년 무역협상장에서 스페인 외교관들은 귀족처럼 앉아 있지만, 속으로는 “이 계약 없으면 올해 세금 못 걷는다”는 절박함으로 상대를 몰아붙였다.

 

결국, 스페인은 유럽의 중상위권 경제 강국이 되었다. 단, 그 자리는 피 땀과 협상의 산물이지, 금괴 위에 세운 왕좌가 아니었다.


💬 블랙유머

“스페인은 금을 잃은 대신 근육을 얻었다. 문제는, 금은 보관만 하면 되지만 근육은 매일 운동해야 한다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