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만약에 콜럼버스가 아메리카를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3편: 식민 경쟁의 방향 전환 – 세계 질서의 다른 출발점
아메리카가 여전히 미지의 땅으로 남아있는 16세기, 유럽의 식민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기 시작한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대서양 너머의 황금과 은을 찾지 못한 채, 시선을 아시아와 아프리카로 돌린다. 인도양과 홍해, 동아프리카 연안은 ‘황금 해안’이 아니라 ‘혈전 해안’이 된다. 향신료, 보석, 비단, 상아를 놓고 벌이는 쟁탈전이 몇십 년 일찍 시작된 것이다.
네이티브 아메리카 문명은 이 덕에(?) 최소 50년 이상 더 숨을 쉰다. 아즈텍과 잉카 제국은 스페인 깃발을 단 기병이 아니라, 여전히 이웃 부족과의 전쟁, 역병, 내부 정치 문제에 집중한다. 유럽인의 직접적인 군사 침공이 늦춰지면서, 이 문명들은 한 세대 이상 더 자신들의 역사와 문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스페인은 신대륙의 ‘한 방’을 잃었지만, 역설적으로 장기적인 균형 속에 살아남는다. 값싼 금·은 홍수로 자국 산업이 망가지는 일도 없고, 은행 부채에 허덕이며 제국이 썩어 들어가는 일도 덜하다. 대신 산업·농업 개혁과 해상 무역에 투자하며 안정적인 2~3위권 강국으로 유럽의 다극 구도에 참여한다. 한마디로 ‘단기간 폭발’은 없지만 ‘오래 가는 힘’을 택한 셈이다.
반면, 영국·프랑스·네덜란드 등은 북해와 발틱해 무역에서 시작해 일찍이 아프리카 서해안과 아시아로 진출하며, 대서양이 아닌 인도양에서 서로의 함대를 마주친다. 유럽의 바다 패권은 50년 일찍 전 지구적 경쟁 구도로 바뀌고, 세계 지도는 전혀 다른 색깔로 칠해진다.
원래 세계의 스페인은 이교도들을 쫓아내고, 신대륙에서 발견한 수많은 황금들을 신이 그들에게 준 선물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 황금에 나라가 망가지는 줄도 모르고 망해져 가고 몰락한 스페인과 달리, 지금 이 세계의 스페인은 신대륙의 황금이 없는 상태에서 무어인들과 유태인을 쫓아내고 그 후유증을 통감하면서 나라를 발전 시키는 세계이다. 경제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무어인들과 유태인을 쫓아낸 상태에서 피눈물을 흘리면서 그들의 나라를 발전 시킨 것이다. 이쪽이야말로 그들의 신이 그들을 구원해서 내려준 길처럼 보이지 않는가? 어쩌면 신대륙의 황금은..유태인과 무어인을 쫓아내고, 계속 광신적인 믿음을 유지한 스페인에게 내리는 신의 죽음의 선물인지도 모른다.
지구굴림자의 마무리
그리고 역사학자들은 훗날 이렇게 말하게 된다.
“스페인은 금이 없었기에 망하지 않았다.
대신, 금이 많아도 몰락한 다른 세계의 자신들을 생각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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