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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한국이... 시리즈

🌍 잃어버린 금융수도, 서울의 다른 운명 - 만약에 한국이 1980년대부터 지방 분권을 밀었다면 ②지방, 산업 거점으로 꽃피다

by 지구굴림자 2025. 9. 18.

🌍 만약에 한국이 1980년대부터 지방 분권을 밀었다면 

②지방, 산업 거점으로 꽃피다

 

서울이 금융허브로 자리 잡는 동안, 지방은 각자의 고유한 산업 거점으로 발전할 수 있었다. 1980년대에 전략적 지방 분권이 제대로 추진되었다면, 한국의 경제 지도는 지금과 전혀 다른 모습이었을 것이다.

 

부산은 단순한 항만 도시가 아니었다.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몰려드는 국제 항만 네트워크의 중심지로, 해운·물류와 함께 해양금융이 결합되며 ‘동북아 해양 수도’로 부상했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의 싱가포르처럼 항만과 금융이 동시에 발전하는 모델이 한국 땅에서 구현되었을 것이다. 부산의 은행가 거리를 따라 외국계 해운금융 기업 간판이 줄지어 있었다면, 부산은 이름 그대로 한국의 제2도시를 넘어 세계도시로 불렸을 것이다.

 

대구는 기존의 섬유산업을 토대로 기계·전자 산업으로 외연을 넓히며 경북권 전체를 제조업 중심지로 만들었을 것이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연결된 산업 네트워크가 강화되면서, 독일의 루르(Ruhr) 지역 같은 ‘한국의 미들 제조벨트’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일자리는 대구와 인근 중소도시에 고르게 분포해, “서울로 올라가야만 기회가 있다”는 공식 자체가 희미해졌을지도 모른다.

 

광주는 자동차와 에너지 산업의 중심지로 도약했을 것이다. 현대·기아의 핵심 공장이 광주권에 자리 잡고, 신재생에너지 관련 연구단지가 더해진다면, 전남·호남권은 동아시아 자동차 생산·에너지 허브로 부상했을 것이다. 광주를 기점으로 일본, 중국, 동남아로 뻗어나가는 수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면, ‘K-자동차’의 성장 궤적도 지금보다 훨씬 빨라졌을 것이다.

 

대전은 과학기술과 정부 연구소가 집약된 ‘한국식 실리콘밸리’ 모델로 발전했을 것이다. KAIST와 정부출연연구소들이 지방 산업과 긴밀히 연결되면서, 연구가 곧 창업으로 이어지는 혁신 생태계가 자리 잡는다. 이로 인해 벤처기업들이 서울 강남이 아니라 대전에서 태동했을 가능성도 크다. 스타트업 성지로서 대전이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면, 오늘날 “대전은 행정도시”가 아니라 “대전은 혁신도시”라는 수식어가 굳어졌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인재의 흐름이었다. 지방 대학과 연구소에 대규모 투자가 뒤따르면서, 지역 청년들이 졸업 후 서울로 몰려들지 않고 지역 산업 현장에서 정착했을 것이다. ‘서울=기회의 땅’이라는 고정관념 대신, “어느 도시에서 어떤 산업에 뛰어들지”를 고민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을지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오늘날처럼 ‘지방 소멸’이라는 말은 아예 등장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 이 시나리오 속 한국은 수도권 독점형 국가가 아니라, 각 지역이 특화된 산업을 중심으로 경쟁·협력하는 다핵형 경제 구조를 갖추었을 것이다.

 

😂 아마 그랬다면, 지금처럼 “서울 살아요? 지방 살아요?”라는 질문 대신 “당신은 어느 산업권 출신이에요?”라는 말이 유행했을 거다. 그리고 소개팅에서도 “부산 해양금융 라인이에요”라고 말하면 프리미엄이 붙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