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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정세 알쓸잡잡

지구는 현재 진행형 983편 – 애니 성지도 못 피했다…구리값 폭등에 일본 신사들 ‘지붕 절도’ 비상

by 지구굴림자 2026. 2. 19.

지구는 현재 진행형 983편 – 애니 성지도 못 피했다…구리값 폭등에 일본 신사들 ‘지붕 절도’ 비상

일본 전통 신사들이 요즘 뜻밖의 범죄에 몸살을 앓고 있다. 표적은 다름 아닌 지붕 위 구리판이다.

구리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급등하면서, 산속 외진 신사 지붕을 뜯어가는 절도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문화재 보존의 상징이던 전통 건축물이 국제 원자재 시장의 변동성에 직접 타격을 받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 톤당 1만4500달러…구리값이 불 붙였다

지난달 국제 구리 가격은 톤당 1만4500달러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후 다소 조정됐지만 여전히 1만300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친환경 산업 확대, 전기차 수요 증가, 공급 부족 우려, 그리고 미국의 관세 정책 변수까지 겹치면서 구리는 다시 전략 자산으로 주목받는 중이다.

문제는 이 상승세가 범죄 유인으로 직결됐다는 점이다.

구리는 가볍고 가공이 쉬우며, 고철 시장에서 현금화도 빠르다. 특히 일본 신사 지붕은 못으로 고정된 얇은 구리판 구조라 비교적 쉽게 분리할 수 있다.


🔺 ‘귀멸의 칼날’ 성지도 털렸다

도치기현 아시카가시의 나구사 이쓰쿠시마 신사는 대표적 피해 사례다.

이곳은 애니메이션 《귀멸의 칼날》의 한 장면과 닮은 ‘나구사바시 바위’로 팬들 사이에서 성지로 통하는 장소다. 그러나 2024년 10월, 무려 1630장의 구리 지붕판이 한꺼번에 도난당했다.

산비탈을 20분 이상 올라야 닿는 외진 위치, CCTV 부재, 인적 드문 환경이 절도범들에게는 최적의 조건이었다.

문화 콘텐츠 관광지조차 금속 가격 앞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던 셈이다.


🔺 야쿠자도 아니다…고철 시장으로 흘러간다

도난 구리는 대부분 중고 금속 시장으로 빠르게 유통된다.

교량 명판, 송전선, 공공시설 배선까지 표적이 확산되고 있다. 경찰 수사는 쉽지 않다. 산속 현장은 증거 확보가 어렵고, 금속은 녹여버리면 추적이 사실상 불가능해진다.

일본 정부는 결국 ‘금속도난대책법’을 통과시켰다.

고철 매입 업자 등록 의무화, 신원 확인 강화, 거래 기록 보존, 절단 도구 휴대 제한 등 규제를 강화해 오는 6월부터 본격 시행할 예정이다.


🔺 전통과 시장의 충돌

일본 신사 연합 단체는 전통 건축 보존 원칙상 대체 소재 사용을 원칙적으로 금지해왔다. 그러나 도난 피해가 잇따르면서 지붕 수리에 한해 갈바륨 등 대체 소재를 허용하는 예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전통 보존과 현실적 보안 사이에서 타협이 시작된 것이다.


🔺 구리 도둑의 시대

이번 사태는 단순 절도 사건이 아니다.

원자재 가격 급등 → 현금화 쉬운 금속 표적화 → 문화재·공공시설 피해 확산이라는 구조적 문제다.

전기차와 친환경 산업이 늘어날수록 구리 수요는 증가한다.
공급은 불안정하다.
가격은 출렁인다.

그리고 그 변동성의 끝단에서, 산속 신사 지붕이 뜯겨나간다.


🧭 지구굴림자의 마지막 한마디

구리는 전기차의 혈관이고, 동시에 범죄의 유혹이 됐다.
친환경 전환이 가속될수록 원자재는 전략 자산이 되고, 전략 자산은 도둑의 표적이 된다.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그 가격이 바꾸는 세상의 질서다.

 

출처: Asahi Shimbun, FNN, 일본 경찰청 자료 종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