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우디의 대변신 – 네옴·OPEC·미국·이스라엘 3부작》🟣 2편 — 사우디 경제 대도박: 네옴과 비(非)석유 산업의 명암
사우디의 경제 실험은 전 세계 어느 나라와도 비교하기 어려운 규모다.
네옴(NEOM), 더 라인(The Line), 레드씨 프로젝트, 세계 최대 신도시 계획…
겉으로는 미래도시·첨단산업·혁신의 이미지지만, 실제로 뜯어보면 사우디가 가진 석유 의존 구조의 벽과 경제 대도박의 위험성이 동시에 드러난다.
사우디는 지금 “석유 이후”라는 미래를 스스로 설계하려 하고 있지만, 이 게임은 성공과 실패가 분절된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그리고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 바로 사우디 경제의 진짜 특징이다.
■ ‘석유 경제’의 벽은 아직 그대로다
사우디는 지난 수십 년간 오일머니를 기반으로 국가를 운영해왔다.
문제는 아직도 경제 구조의 40~50%가 석유 수익에 의존한다는 점이다.
- 정부 재정
- 공공부문 고용
- 사회보장·보조금
- 해외 투자 자금조달
이 모든 것이 석유 수입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빈 살만(MBS)이 아무리 경제 다각화를 외쳐도, 사우디 경제가 굴러가는 핵심 엔진은 여전히 원유 가격이다.
그래서 사우디는 원유 감산(OPEC+)을 통해 국제 유가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 하고, 이는 경제 대개혁을 지탱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이기도 하다.
■ 네옴 프로젝트가 부딪힌 현실: “돈은 쏟아붓는데 결과는 안 나온다”
네옴은 사우디 비석유 산업 정책의 상징이자 가장 큰 리스크이기도 하다.
계획은 거대하고 화려하지만, 그 안에는 현실적 벽이 존재한다.
● ① 비용 폭증
초기 예상 5,000억 달러 규모라 했던 예산이
지금은 1조 달러 이상으로 치솟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술·환경·건설 난이도 때문에 비용은 계속 증가한다.
● ② 투자자 이탈
국제 투자자들은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사우디의 비전은 매력적이지만, 실제 투자금 회수 전망은 불투명하다.
● ③ 건설 속도 지연
더 라인(The Line)이 구상만큼 빠르게 진행되지 않고 있으며,
일부 설계는 축소 검토에 들어갔다는 보도도 이어진다.
● ④ 환경 문제와 인권 이슈
대규모 토목 공사로 인한 환경 훼손, 강제 이주 논란 등은
‘미래도시’ 이미지에 그림자를 드리운다.
계획 규모는 세계급이지만, 현실의 제약 역시 세계급이라는 점이 문제다.
■ 그럼에도 ‘성공한 분야’는 명확하게 존재한다
사우디의 변신이 모두 실패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눈에 띄게 성공한 영역도 있다.
● ① 관광 산업 확대
비자 규제 완화 이후 외국인 관광객 수가 크게 늘었다.
레드씨 프로젝트는 여전히 매력적인 관광 허브로 평가받는다.
● ② 대형 스포츠 이벤트 유치
프로 레슬링(WWE), F1 그랑프리, 복싱 빅매치,
그리고 사우디 리그로 스타들을 끌어들이는 투자까지.
브랜드 파워는 확실히 상승했다.
● ③ 첨단산업 및 외국기업 유입
사우디는 ESG보다 투자금을 우선하는 기업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십억 달러 규모의 기술·인프라 프로젝트에 글로벌 기업들이 참여하며
사우디는 ‘신흥 시장’ 이상의 매력을 확보했다.
■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존재하는 경제’ — 그 이유는 구조 자체다
사우디 경제의 특징은 “성공과 실패가 각자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둘이 동시에, 서로 연결된 형태로 등장한다.
왜냐하면 사우디의 시스템은
- 국가 주도 개발 모델
- 중앙집권적 의사결정
- 초고위험 투자 구조
- 외국 자본 의존
- 단기간에 성과를 강요하는 정치 구조
이 네 가지가 겹쳐 있기 때문이다.
빈 살만의 경제 비전은 거대하고 일관성이 있지만,
경제적 실현성은 프로젝트마다 들쭉날쭉하다.
이것이 바로 “사우디 경제의 명암”이자, 사우디식 성장의 본질이다.
■ 내부에서도 균열은 존재한다: 개혁 지지층 vs 성직자 보수층
사우디의 청년층은 MBS의 개혁을 강하게 지지한다.
문화·여성 권리·레저 산업을 대폭 개방했기 때문에
젊은 세대는 사우디를 “닫힌 사회에서 열린 사회”로 변화시키는 인물로 본다.
그러나 와하비 성직자 집단과 보수층은 반발하고 있다.
- 종교 규범 약화
- 외국 문화 유입
- 이슬람적 가치 희석
등을 이유로 MBS의 개혁을 ‘위험한 도박’으로 간주한다.
이 갈등은 장기적으로 사우디 정치 안정성에 중요한 변수가 된다.
■ 사우디가 꿈꾸는 미래 경제 모델: ‘UAE + 카타르의 혼합형’
사우디의 경제 비전은 단순하지 않다.
사실상 두 개의 국가 모델을 합치려 한다.
- UAE식 금융·투자 허브 (두바이, 아부다비)
- 카타르식 브랜드 파워·스포츠·외교 영향력
사우디는 이 둘을 종합해 ‘초대형 버전’의 새로운 경제 중심지를 만들고자 한다.
문제는 자원, 인구, 성직자 구조, 생태계가 UAE나 카타르와 다르기에
완성까지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 한 줄 코멘트
성공과 실패가 동시에 굴러가는 나라 — 사우디의 경제 대도박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있지만, 그 자체가 중동의 판도를 흔드는 힘이 있다.
출처: Financial Times / Reuters / Wall Street Journal / Bloomberg / Middle East Institu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