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우디의 대변신 – 네옴·OPEC·미국·이스라엘 3부작》🟣 1편 — 사우디의 대외정책 대전환: ‘석유 왕국’은 왜 외교 허브를 꿈꾸는가
사우디아라비아는 오랫동안 중동의 상징적 존재였지만, 실질적 역할은 대부분 석유 공급자이자 미국의 핵심 동맹국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었다.
그러나 최근의 사우디는 과거의 모습과 다르다.
중동의 사건·갈등·협상 뒤에 등장하는 이름은 언제나 **무함마드 빈 살만(MBS)**이다.
그는 사우디를 단순한 산유국이 아니라, **중동 질서를 재설계하는 ‘행위자’**로 만들려 하고 있다.
이 변화는 우발적인 움직임이 아니다.
사우디의 대외정책은 지금 조용하지만 대단히 공격적인 방향으로 재구성되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전략적 자율성, 권력 집중, 지역 패권 재조정이라는 세 가지 축이 존재한다.
■ 미국의 ‘그늘’에서 빠져나오는 사우디
사우디 외교의 가장 큰 전환점은 미국으로부터의 부분적 이탈이다.
수십 년간 사우디는 미국의 군사력에 의존해 안보를 보장받고, 미국은 그 대가로 안정적인 석유 공급을 확보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최근 사우디는 다음과 같은 기조를 보인다.
- 미국과 거리를 두지만 동맹을 끊지는 않는다
- 러시아·중국과의 협력을 확대해 ‘다원 외교’를 구축한다
- 미국이 원치 않는 방향의 원유 감산도 자신 있게 추진한다
특히 바이든·트럼프 행정부 초기 모두 사우디에 대한 불확실성을 만들었고, 사우디는 이 틈을 타 **“우리는 미국의 외교적 부속물이 아니다”**라는 메시지를 공개적으로 보여주기 시작했다.
정책 방향은 명확하다.
미국의 보호를 받는 소비자에서 벗어나 거래의 대등성을 확보하는 파트너가 되겠다는 것이다.
■ MBS의 외교 스타일: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계산은 철저하다
사우디의 외교적 실루엣을 바꾼 사람은 단연 MBS다.
그는 한편으로는 과감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사우디 왕실 가운데 보기 드문 현실주의자다.
그의 전략적 선택은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진다.
- 힘을 먼저 확보한 뒤 협상장을 만든다
- 갈등 국면에서는 단호하게 불을 끄지 않고,
필요한 순간에만 협상 테이블을 연다 - 종교·정치·안보를 하나의 패키지로 본다
- 사우디의 역할을 **“중동의 중재자 + 패권국”**이라는 복합 모델로 재정의한다
이 구조적 사고는 사우디를 전통적인 “미국-이스라엘-걸프” 구도에서 벗어나게 했고,
대신 **“사우디 중심의 다극적 허브 구조”**를 추구하게 만들었다.
■ 중국·러시아·이란까지 다루는 ‘균형잡기 게임’
사우디는 최근 중국과의 협력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중국의 중동 영향력 확대는 미국이 가장 경계하는 사안이지만, 사우디는 이를 **‘전략적 레버리지’**로 사용한다.
- 중국과의 석유 거래 확대
- 위안화 결제 실험
- 대규모 건설·투자 프로젝트 협력
- 이란과의 관계 정상화 중재 (중국이 중개자 역할)
이란과의 관계 개선은 특히 상징적이다.
이란은 수십 년 동안 사우디의 대표적 경쟁국이었지만,
MBS는 대립을 유지해봐야 얻을 것이 없다는 판단 아래 긴장을 완화하는 대신 지역 안정성을 확보하는 길을 선택했다.
그뿐 아니라 러시아와도 OPEC+ 협력체를 유지하며 에너지 시장을 공동 조율한다.
사우디는 이 구조를 통해 독자적 영향력 확보 → 다자 협력 → 전략적 균형이라는 정교한 외교 전략을 완성하고 있다.
■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그리고 그 복잡한 계산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두고 미국과 협상을 진행해왔다.
이 과정은 단순한 중동 평화 논의가 아니다.
여기에는 다음의 거대한 네트워크가 걸려 있다.
- 미국의 안보 보증
- 사우디의 핵 기술 개발 승인
-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최소한의 정치적 합의
- 걸프 지역의 새로운 안보 프레임 구성
사우디는 이스라엘과 가까워지는 순간,
중동 내 **전통적 적대 구도(사우디-이란)**가 완전히 재편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중동 전략에서 압도적 중심축이 되는 지위를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팔레스타인 문제와 이슬람 세계 여론 때문에 협상은 늘 ‘전진·후진’을 반복한다.
그럼에도 사우디는 이미 스스로를 중동의 중재자이자 균형자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 UAE·카타르와의 경쟁 구조도 다시 짜였다
사우디는 걸프 내부에서 항상 UAE·카타르와 경쟁 관계에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경쟁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졌다.
- UAE: 금융·물류 중심
- 카타르: 소프트파워·외교 중재
- 사우디: 안보·정치·경제를 아우르는 ‘메가 플레이어’
사우디는 이 구조 속에서 “중동의 중심축”을 차지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힘 투사를 시작했다.
이제 사우디는 중동 국가들이 치러야 하는 외교 게임의 ‘룰’을 사실상 다시 쓰고 있는 단계다.
■ 한 줄 코멘트
석유로 움직이던 왕국이 외교로 움직이는 왕국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 이 변화는 중동 전체의 판을 흔들고 있다.
출처: NYT / Financial Times / AP / Reuters / Middle East Institute 분석 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