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이버전 브리핑편 – 최종 에필로그

🌕 📘 사이버전 브리핑편 – 최종 에필로그
💬 “우리는 이미 전쟁 속에 살고 있다.”
탱크가 굴러가지 않아도,
도시 하늘에 미사일 자국이 남지 않아도
국가는 무너질 수 있다.
전쟁은 이제 총성이나 포연이 아니라,
전력망의 전류가 흐트러지는 순간,
해저 케이블의 지연(遅延) 하나,
DNS 응답이 0.2초 늦어진 그 순간
이미 시작된다.
우리가 매일 습관처럼 누르는 결제 버튼,
출근길 지하철의 신호 시스템,
은행 앱의 인증 서버,
클라우드 위에서 돌아가는 무수한 도시의 기능들.
이 모든 것들이,
침묵 속에서 전쟁의 1차 표적이 된다.
더 무서운 건, 현대의 전쟁은 **‘증거 없는 실패’**라는 형태를 띤다는 점이다.
전력망이 갑자기 꺼지면 사람들은 정전이라 말한다.
은행이 죽으면 서버 문제라 말한다.
인터넷이 끊기면 서비스 장애라고 말한다.
국가 전체가 공격을 받고 있음에도
우리는 그 사실을 인식하지 못한 채
오류 메시지 하나로 상황을 덮어버린다.
“시스템 점검 중입니다.”
“일시적 장애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
이 짧은 문장이
사이버전이 만들어낸 파편과 폐허를 모두 가리고 지나간다.
누구도 총을 쏘지 않았는데
기차가 멈추고,
은행이 멈추고,
병원이 멈추고,
도시 전체가 정지되는 시대.
이것은 전쟁이 아니면 무엇일까?
문제는,
우리는 여전히 탱크가 굴러야 전쟁이라고 믿고 있다는 점이다.
정치인은 ‘사이버전’을 IT부서 보고 항목 정도로 취급하고,
기업은 이미지 하락을 막기 위해 침묵을 선택하고,
언론은 그저 “장애 원인 조사 중”이라는 말로 지나가 버린다.
그 사이,
적은 우리 시스템 가장 깊숙한 곳에서
조용히 다음 단계를 준비한다.
사이버전은 미래의 위협이 아니다.
지금 이 순간 이미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며,
우리는 그 한가운데에서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이 전쟁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국가와 기업은
언젠가,
로그 파일 한 줄,
버그 하나,
패킷 손실 0.1% 때문에
나라 전체가 멈추는 병크를 맞게 될 것이다.
이것이
21세기 전쟁의 마지막 얼굴이다.
포연도, 총성도 없지만
가장 치명적인 형태의 전쟁.
우리는 이미 그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