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현재 진행형 647편 - ‘칠레의 트럼프’ 카스트 대선 승리… 중남미 ‘블루타이드’ 재확인

지구는 현재 진행형 647편 - ‘칠레의 트럼프’ 카스트 대선 승리… 중남미 ‘블루타이드’ 재확인
중남미 정치 지형이 다시 한 번 크게 흔들렸다.
칠레 대선 결선투표에서 강경 보수 성향의 호세 안토니오 카스트가 승리하면서, 중남미 전반에서 이어지고 있는 이른바 **‘블루타이드(우파 정권의 물결)’**가 다시 한 번 분명해졌다.
카스트는 선거 기간 내내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우범 지역에 군 투입, 강력한 치안 회복, 광물 자원 개발의 민영화, 그리고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 강화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워 왔다. 그의 강경한 메시지는 지지층 사이에서 ‘칠레의 트럼프’라는 별명을 낳았다.
이번 선거 결과는 2021년 중도 좌파 가브리엘 보리치 대통령 집권 이후 누적돼 온 치안 악화와 경제 침체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분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상과 개혁을 앞세웠던 좌파 정부에 대한 기대가 무너진 자리에서, 유권자들은 ‘질서’와 ‘안보’를 내세운 보수 후보를 선택했다.
치안과 이민, 민심이 돌아선 결정적 이유
카스트 당선인은 개표율 99%를 넘긴 상황에서 약 58%의 득표율로 경쟁 후보를 크게 앞섰다. 승리 연설에서 그는 반복해서 **“안보가 없으면 평화도, 민주주의도 없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는 현재 칠레 사회가 무엇을 가장 두려워하고 있는지를 정확히 짚은 발언이었다.
실제로 칠레는 최근 몇 년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2018년만 해도 불법 이민자는 1만 명 수준이었지만, 2023년에는 30만 명을 훌쩍 넘겼다. 다수는 베네수엘라 출신으로, 치안 악화와 경제 불안이 함께 겹치면서 범죄에 대한 공포가 사회 전반으로 퍼졌다. 살인율 역시 눈에 띄게 상승했다.
한때 남미에서 비교적 안전한 국가로 꼽히던 칠레에서 “이제 밤거리를 걷기 무섭다”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강경 대응을 약속한 후보가 유리해지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핑크타이드의 후퇴, 블루타이드의 확산
이번 칠레 대선은 단지 한 나라의 정권 교체로 끝나지 않는다.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파라과이 등 중남미 여러 국가에서 최근 1~2년 사이 우파 또는 중도 우파 성향 지도자들이 연이어 집권했다. 2000년대 이후 중남미를 지배했던 ‘핑크타이드(좌파 집권 물결)’는 확연히 약화되고 있다.
좌파 정부들이 사회 복지 확대와 재정 지출을 통해 불평등을 줄이려 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재정 부담과 성장 둔화, 그리고 치안 문제를 동시에 떠안게 됐다는 평가가 많다. 유권자들은 이제 이상보다는 현실적 안정과 통제를 선택하고 있다.
미국과의 밀착, ‘광물 외교’의 핵심 국가로 떠오른 칠레
카스트 당선인의 또 다른 핵심 키워드는 미국이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 전략으로 중남미 친미 국가 확보에 적극적이다. 특히 리튬, 구리 같은 전략 광물은 미·중 경쟁의 핵심 자원이 되고 있다.
칠레는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의 약 30%를 보유한 국가다.
좌파 정부는 환경 보호와 원주민 반발을 이유로 개발에 신중한 태도를 보였지만, 카스트는 선거 기간 내내 광물 개발의 민영화와 외국 자본 참여 확대를 강조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 대기업의 칠레 광물 산업 참여 가능성도 빠르게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Make Chile Great Again’이라는 문구가 적힌 붉은 모자가 등장했다. 단순한 구호가 아니라, 미국과의 정치·경제적 밀착을 상징하는 장면이었다.
중남미의 선택은 ‘안정’이었다
칠레는 여전히 남미에서 1인당 GDP 상위권 국가다.
하지만 최근 10년간 저성장과 재정 부담이 누적되면서, 유권자들의 체감 경제는 빠르게 나빠졌다. 이 상황에서 치안까지 흔들리자 민심은 급격히 이동했다.
카스트의 승리는 단순한 보수의 귀환이 아니라, 중남미 유권자들이 좌우를 떠나 ‘안정’을 최우선 가치로 두기 시작했다는 신호에 가깝다. 이 흐름이 일시적인 반작용으로 끝날지, 아니면 중남미 정치 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전환점이 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건 하나다.
중남미는 다시 한번 큰 방향 전환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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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한마디 -> 이제 남미의 바람은 분홍이 아니라, 확실히 파란 쪽으로 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