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자의 입장에서 본 한반도: 이 땅은 왜 이렇게 무서운가」3편 — 고대부터 산을 무기로 쓴 나라

「공격자의 입장에서 본 한반도: 이 땅은 왜 이렇게 무서운가」3편 — 고대부터 산을 무기로 쓴 나라
성보다 산을 믿은 이유
고대 국가들이 전쟁을 준비할 때 가장 먼저 고민한 건 **“어디서 싸울 것인가”**였다.
한반도의 선택은 명확했다.
넓은 평야가 아니라, 산 자체를 전장으로 만드는 것.
평지에 성을 쌓는 건 자원도 많이 들고, 한번 뚫리면 끝이었다.
반면 산은 이미 존재하는 천연 요새였다.
깎을 필요도, 옮길 필요도 없었다.
그저 길을 막고, 오르기 어렵게 만들고, 내려다보면 됐다.
이 선택은 단순한 방어가 아니라,
공격자의 전쟁 방식을 처음부터 망가뜨리는 전략이었다.
고구려: 산성으로 만든 국가
고구려는 아예 산성 국가였다.
국경 방어선, 수도 방어, 후방 거점까지
모두 산 위에 배치했다.
환도산성, 국내성, 안시성 같은 이름 뒤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 접근로는 좁고
- 보급은 어렵고
- 공격자는 항상 아래에서 위로 싸워야 한다
공격자는 병력이 많을수록 불리해졌다.
좁은 산길에서는 숫자가 힘이 되지 않았다.
“이길 수 없는 싸움이 아니라, 싸움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 구조.”
이게 고구려 산성의 진짜 공포였다.
백제·신라: 연결된 산성 네트워크
백제와 신라도 예외가 아니었다.
특히 이들은 단일 산성이 아니라
연결된 산성망을 구축했다.
하나가 뚫려도 끝이 아니었다.
다음 산, 그 다음 산이 기다리고 있었다.
- 공격자는 매번 새로 등산해야 했고
- 방어자는 후퇴하면서도 유리한 지형을 유지했다
산성은 단독 방어 시설이 아니라
지형 전체를 무기로 만든 시스템이었다.
“평지에서 싸우지 않는 전략”
한반도 전쟁의 핵심은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평지에서 싸우지 않는다.”
적이 원하는 방식으로 싸워주지 않는다.
기병도, 대군도, 빠른 돌파도
산 앞에서는 모두 느려지고, 끊기고, 흩어진다.
공격자는 항상 선택을 강요받는다.
- 오르다 지치거나
- 돌아가다 시간을 잃거나
어느 쪽이든 이미 진 전쟁이다.
공격자 입장에서 본 산성의 악랄함
공격자의 시선에서 보면
한반도의 산성은 정말 악랄하다.
- 성은 보이는데
- 길은 없고
- 오르자니 죽을 것 같고
- 돌아가자니 더 산이다
전투 이전에 사기가 먼저 무너진다.
이건 단순한 방어가 아니다.
전쟁 의지 자체를 갉아먹는 구조다.
그래서 한반도에서의 전쟁은
언제나 짧고, 빠르고, 결정적이지 않았다.
질질 끌리며 공격자가 먼저 지쳐 나갔다.
한 줄 마무리
한반도의 산은
성보다 강했고, 군대보다 오래 남았고,
무기보다 더 많은 침략자를 꺾어왔다.
그리고 그 사실은, 공격자만이 제대로 안다.